스피노자의 코나투스를 통해 본 김지하의 생명시학과 시적 언어


스피노자의 코나투스를 통해 본 김지하의 
생명시학과 시적 언어

김난희

본고의 연구 목적은 스피노자(Baruch de Spinoza)의 코나투스(conatus) 개념을 통해 김지하의 생명시학과 그에 따른 시적 언어를 새롭게 읽고자 함에 있다. 스피노자의 코나투스가 보존과 공존이라는 이중성을 구조화한 생명의 원리라면, 김지하의 역()이라는 상보성의 원리도 보존으로서의 신명과 공존으로서의 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생명의 원리로 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김지하의 생명시학과 시적 언어를 살펴보고자 한 것이다. 김지하의 생명시학과 시적 언어는 그의 시력(詩歷)에 따라 구분되는 특정 시기의 것이라기보다는 그가 일관되게 추구하고 탐구해왔던 생명사상과 연계되어 지속적으로 변용되어온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를 크게 나누어보면 신명 시학, 틈의 시학, 율려 시학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세 가지 시학은 나중에 흰 그늘의 통합적인 생명시학으로 수렴되면서 체계화되는데, 본고에서는 신명 시학과 틈의 시학을 중심으로 스피노자의 코나투스와 어느 지점에서 상통할 수 있으며, 그 시사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했다. 코나투스의 보존과 공존이라는 이중적 속성은 김지하가 언급한 생명사상의 핵심요소인 역(), 또는 불연기연(不然其緣)과 본질적으로 상통한다. 이 점을 바탕으로 본고에서는 1970-80년대의 민중적 담시를 중심으로 신명 시학을 보존의 코나투스로, 1990-2000년대 초반까지의 단형 서정시를 중심으로 틈의 시학을 공존의 코나투스로 연계하여 살펴보았다. 이는 기존 논의와는 다른 관점에서 김지하의 생명시학과 시를 해석해보는 또 다른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코나투스와의 관계 속에서 김지하의 생명시학과 시적 언어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명될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