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수정>의 아이러니 미학 - 반복과 차이의 구조를 중심으로

논문지 기호학연구 57집 조회수 891
저자 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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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정>은 내용의 관점에서 보면 남성중심주의의 이데올로기를 확대 재생산하
는 영화이다. 남성중심주의는 의미의 초점이 전제내용, 즉 /재훈은 부자이고 수정은 순
종적이며 처녀이다/에 맞추어질 때 발생한다. 언어의 다성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전제
내용은 집단의 목소리이다. 때문에 집단적 가치를 대변하고 강요하는 모든 문화는 이
전제내용에 의미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내용의 측면이 아니라 디에제스를 제시하는 방식의 관점에서 <오! 수정>을
보면, 이 영화는 오히려 남성중심주의를 조롱하고 비판하고 전복시키고 있다. 이 말은
이 영화가 바로 이 전제내용을 아이러니화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제내용의 아이러
니화는 언술 자체가 무효화될 때 발생하는데, 마찬가지로 <오! 수정>의 아이러니화도
디에제스 자체, 즉 /재훈과 수정이 연인관계가 되었다/가 무효화될 때 발생한다.
아이러니는 언술에 아무런 의미론적 표시가 없기 때문에 순수 화용론적 방법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오! 수정>의 아이러니도 내부의 목소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외부의
목소리에 의해서 해석된다. 외부의 목소리란 디에제스가 구축되는 방식, 즉 초점화와
시각화와 청각화의 문제들이거나, 디에제스가 제시되는 방식, 즉 순서와 반복 또는 플
롯의 문제들을 말한다.
<오! 수정>은 재훈의 기억과 수정의 기억이 순차적으로 재생되는 반복의 구조를 갖
고 있는데, 이 반복은 동일한 반복이 아니라 차이를 동반한 반복이다. 차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의 디에제스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지식 체계를 구축하게 한다. 하지만 곧
재훈과 수정 사이에 누구의 기억이 옳은지 판단할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하고, 결과
적으로 자신의 지식을 의심하게 한다. 반복은 동일자를 부정하는 무한반복에 의하여
디에제스 자체를 무효화시키고 관객의 지식도 무효화시킨다. <오! 수정>은, 디에제스
를 통해 구축된 관객의 지식이 반복과 차이의 구조에 의한 무효화되면서, 의미의 아이
러니화가 일어나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