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시에 나타나는 금기와 위반 구조 연구 - ‘아내’와 ‘여편네’를 중심으로

논문지 기호학연구 55집 조회수 1002
저자 정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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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의 ‘아내’와 ‘여편네’는 한 작품에서 동시에 쓰이지 않으며 이는 김수영이
의도적으로 분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본고에서는 아내라는 동일한 대상을 ‘아내’와
‘여편네’로 형상화된 것은 각각 ‘사랑’과 ‘자유’의 기저 양상으로 접근하였다. 김수영
의 가족관계를 살펴볼 때, 생계 전반을 꾸려나간 아내는 할아버지로부터 부여받은 권
위의 영역에서 벗어난 존재이자 욕망의 대상, 즉 향유할 수 없는 대상이다. 동시에 “신
성한 것과 금지된 것의 융합”, “금지와 성스러움이 결합한 이중의 개념”으로 ‘욕망이
넘쳐흐르는 곳에서 발생하면서 욕망이 적정선을 넘지 못하도록 우회시키는 기능’을
하는 “금기”의 생성주체라 할 수 있다. 즉, 아내로부터의 ‘금기’를 수용하여 욕망을 우
회시킬 때는 “아내”로 형상화되며, 흘러넘치는 욕망에 대한 금기의 우회를 위반할 경
우 ‘여편네’로 형상화된다.
김수영의 시에서 할아버지-아버지-김수영의 삼대 관계로부터 형성된 주체의 분열과
그로부터 “아내”와 “여편네”를 바라보는 두 관점을 통해 ‘사랑’과 ‘자유’의 기저를 찾
아볼 수 있다. 아버지로부터 기인된 ‘무능력한 아버지’로서 화자의 위치는 금기생성
주체인 ‘아내’의 금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은 있지만 이를 우회하여 아내의 영역에
머물게 된다. 그 과정에서 화자는 자기 자신을 죽이고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됨으
로써 김수영 시의 핵심인 “사랑”의 기저를 보여준다.
할아버지로부터 기인한 ‘권위적인 아버지’로서 화자의 위치는 금기생성의 주체였던
‘여편네’의 금기를 전면적으로 위반하고 새로운 질서의 주체, 즉 금기생성의 주체가
되고자 한다. ‘여편네’의 영역에서 벗어남으로써 자신을 발견한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김수영 시의 핵심인 “자유”의 기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