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코>에 나타난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

논문지 기호학연구 55집 조회수 999
저자 이향애
논문보기 08.이향애.pdf (2MB) (387)
본 연구에서는 영화 <코코>에 나타난 삶과 죽음의 인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영
화는 ‘죽은 자들의 날’에 일어나는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합을 기본 서사로 하고 있다.
‘죽은 자의 날’은 후손이 조상을 위해 제단을 만들고, 집으로 모셔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하는 날이다. 그러나 가족 간의 갈등으로 가족의 화합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죽
은 자들의 날’에 살아있는 주인공이 죽은 자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사건이 발생한다.
대개 죽은 자들이 가는 곳인 저승은 두려움의 공간으로 인식된다. 저승은 살아있는 인
간이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곳인 만큼 상상 속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때
저승의 이미지는 그 문화가 죽음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와 관련이 있다. 영화가 보여주
는 ‘죽은 자의 세계’는 화려한 형형색색의 활기찬 공간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
역시 살아있는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는 분리된 개
별 세계가 아니라 기억을 통해 연결된다. 두 세계의 관계는 주인공 미겔의 공간 이동
을 통해 드러난다.
주인공 미겔은 우연한 기회에 죽은 자의 세계로 들어간다. 미겔의 공간 이동은 가족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부정적 기억을 긍정적 기억으로 전환시킨다. ‘산 자의 세계 →
죽은 자의 세계 → 산 자의 세계’로 이어지는 순환적 공간 이동은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가 기억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두 세계는 분리된 이원적
세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열려 있는 세계다. 이는 삶과 죽음을 이원화하지 않고 동일한
대상으로 보는 멕시코 사람들의 인식과 연결된다. 영화 속 주인공의 공간 이동은 해당
문화가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인식과 닮아있다.
죽은 가족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은 개인적 행위이지만 그 방식은 문화적이다. 매
년 정해진 기간에 공동체가 동일한 의례를 진행하며 죽은 자를 기억하는 것은 집단적
기억을 통한 문화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죽은 자를 위해 마련된 제단에는 음식⋅물⋅
촛불⋅오색 종이를 올린다. 이들은 공기⋅불⋅흙⋅물을 상징한다. 이는 고대 아스테카
문명에서 기원한 것이다. 아스테카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공기⋅불⋅흙⋅물 등과
혼합되어 새로운 우주의 생명력을 이루는 절대 질료를 제공한다고 믿었으며, 삶과 죽
음을 분리해서 이해하지 않았다. 이러한 관념은 ‘죽은 자들의 날’에도 담겨있다. 이 의
례는 삶과 죽음을 분리해 이해하지 않기에 산 자와 죽은 자의 만남이 축제적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고대부터 이어지는 이와 같은 관념은 매년 주기적으로 행
해지면서 집단의 기억을 형성한다. 형식화된 행위의 주기적인 반복은 집단의 기억 안
에 삶과 죽음이 동일한 것임을 각인시킨다. 이러한 행위는 문화의 자기커뮤니케이션
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은 자들의 날’은 문화가 자기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을 통해 삶과
죽음이 동일한 대상임을 재인식한다. 또한 ‘죽은 자들의 날’이 죽은 자들만을 위한 날
이 아닌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공유하고 연대의식을 갖는다는 점에서 의례의 반복은
이들의 연대 의식을 새롭게 재조직하는 기능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