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의 사회통합적 기능에 관한 고찰 - 카타르시스, 승화 그리고 영화의 동일시를 중심으로

논문지 기호학연구 53집 조회수 926
저자 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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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론가들은, 예술작품이 생산자나 수용자로 하여금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을 내
면화하고, 그 규범과 실재의 삶 사이의 균열로부터 발생하는 내적 갈등을 해소하여 문
명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대에 도움을 준다는 것에 동의한다. 카타르시스나 승화
는 문화예술의 이러한 사회통합적인 기능을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졌다.
카타르시스나 승화는 모두 세정작용의 원리로 작용하고, 세정작용은 예술작품의 수용
자가, 예술작품이 창조한 허구의 세계에 또는 인물에게 동일시하는 것에 근거한다.
본 논문은 영화의 경우 동일시가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보면서,
예술작품이 어떻게 수용자에게 영향력을 미치는지 밝혀보고자 수행되었다. 영화에서
의 동일시는 현실감에 의해 촉발되며, 이중의 과정을 통해 작용한다. 영화에서는 ① 영화
의 기표인 이미지가 꿈의 특성과 유사성이 많고, ② 영화와 꿈은 모두 각자 논리구조
가 다르기는 하지만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 ③ 영화가 응시하는 자와 응시되는
자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이미지의 예술이라는 점, 그래서 완전한 관음주의를 보장한
다는 점 때문에, 현실감이 극대화된다. 영화의 이런 강한 현실감 속에서, 관객은 스크
린에 부재하면서 동시에 편재하고, 또 포착된 대상에 동일시하면서 동시에 역설적으
로 자기 자신에게 동일시한다. 관객은 동일시를 통해 정체성에 대한 원초적인 불확실
성을 재 경험하면서, 자신에게 부여된 언어, 상징, 규범으로 인한 존재론적인 균열과
마주한다. 그리고 이런 불확실성에 대한 경험을 통해 역설적으로 심적 안정감을 회복
하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가게 된다.
영화에서의 동일시에 대한 연구는 다른 예술작품의 수용에 있어서 동일시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이해하게 하고, 또한 그동안 구체적으로 이야기되지
않았던 카타르시스나 승화의 수용자에 대한 작용과 영향력을 설명하는 단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