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정성의 기호로서의 프레임

논문지 기호학연구 53집 조회수 1017
저자 김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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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에서 프레임은 단순한 틀과 한계 이상의 기능을 수행한다. 그림의 영역을 한정
하고 그것의 내적 질서와 의미작용을 보장해주는 절대적 경계가 아니라, 이미지와 실
재 사이의 끊임없는 틈입, 치환, 확장을 지향하는 비-결정적 경계이다. 프레임은 분리
이자 연결이고, 한정이자 위반이며, 닫힘이자 열림인 이중적 속성의 경계다. 또 자신의
내재적 결핍 뿐 아니라 그림 내부의 결핍을 지시함으로써, 혹은 자신의 내재적 불확정
성 뿐 아니라 그림 내부의 불확정성을 드러냄으로써 회화 전체를 불확정성의 텍스트
로 만드는 ‘불확정성의 기호’이다. 즉 프레임은 그 자체의 불확정성을 통해 회화의 불
확정성을 나타내고 작품의 의미 고정을 끊임없이 지연시키며, 그에 따라 회화를 영원
히 의미 생성 중인 영역으로 만드는 기호이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관점들을 바탕으
로 불확정성의 경계 또는 기호로서의 프레임의 특성들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기호적
절단 혹은 기호적 재봉으로서의 프레임의 특성에 주목하면서 그 내부에 바깥과 열림
을 지향하는 ‘위반’이 본질적 속성으로 내재되어 있음을 고찰한다. 또한 데리다의 파
레르곤 개념을 재검토하면서 오브제로서의 프레임에도 ‘안이자 바깥’으로서의 이중적
속성이 근원적으로 내포되어 있음을 논한다. 나아가, 프레임이 그림 내부의 결핍과 불
확정성을 지시하는 기호이자 그 스스로 불확정성을 내포하고 있는 기호임을 밝히면서,
궁극적인 의미와 힘의 방향 자체가 바깥을 향해 있는 일종의 ‘탈영토화’의 기호임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