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의 『광장』 판본의 역사적 변모 양상에 관한 시론적 고찰- 판본 생성사와 작가 의식의 접속 과정을 중심으로

논문지 기호학연구 80집 조회수 451
저자 전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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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의 『광장』판본의 역사적 변모 양상에 관한 시론적 고찰
- 판본 생성사와 작가 의식의 접속 과정을 중심으로

전소영

본 연구는 최인훈의 『광장』이 1960년 『새벽』초판부터 2010년 문학과지성사 전집 7판에 이르기까지 총 11개 판본으로 변화해 온 과정을 고구하기 위해 마련된 시론적 논의이다. 이를 위해 『광장』을 ‘시간 속에서 구성된 다중적 층위의 형성물’로 이해함으로써 한국 현대문학 연구에서 텍스트 비평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기실 『광장』은 단일한 작품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진화해온 ‘텍스트들의 집합’으로, 최인훈이 50여 년간 10번의 개작을 수행하며 빚어낸 텍스트이다. 필자가 속해있는 한국연구재단 공동연구팀은 11개 판본을 수집하고 3년에 걸쳐 『광장』 대교본을 만들고 디지털 편집본 구축을 시도하였다. 정향사판을 기저본으로 삼아 내용은 물론 조사의 유무와 문장 부호까지 포함한 변화 지점을 수작업으로 확인하였고, java-diff-utils 라이브러리를 활용한 온라인 판본 비교 시스템을 개발하려 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 연구 성과를 활용하여 『광장』의 개작 행위 자체가 곧 최인훈의 실존주의적 사고와 4.19 혁명에 대한 인식, 5.16 군사정변 이후 변화하는 정치적 현실에 대한 대응이었음을 고찰하였다. 3장에서는 새벽 초판과 정향사판의 차이가 『광장』의 주제 의식의 두 축, 실존적 자유와 타자에 대한 책임을 확정하는 과정과 연관이 있음을 밝혔다.
4장에서는 신구문화사판과 민음사판이 정향사판의 내용은 보관하되 형식의 측면에서 당대 독자와 긴밀하게 접속하는 방향으로 개작되었다는 사실을 기술하였다. 이는 4.19 및 그 소산인 광장의 의미를 보존하고자 했던 최인훈 식의 참여 행위이기도 하다. 이러한 참여에의 지향은 문지 1판 및 7판에서 의미가 강화된 갈매기의 상징과 폭력 장면의 소거와 연결된다고도 보았다. 이는 『광장』의 주제 의식 안에서 실존적 자유의 추구로부터 타자에 대한 책임 쪽으로 무게추가 옮겨지는 형상을 보여준다. 작가가 전 생애를 통해 연마했던 문학적 사유의 귀결점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