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기호와 이미지 사이의 아포리아에 대한 계보학적 연구

논문지 기호학연구 80집 조회수 19
저자 이도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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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기호와 이미지 사이의 아포리아에 대한 계보학적 연구

이도흠

그리스 시대에서 21세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언어기호와 이미지 사이의 아포리아(ᾰ̓πορῐ́ᾱ, aporia)에 대해 계보학적으로 분석하며 종합하였다.
플라톤의 사상은 이미지와 감성, 더 나아가 예술을 부정하거나 배격하면서 성상파괴주의의 이론적 바탕을 형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이미지의 이데올로기성이나 허위성을 비판하는 토대를 형성하였다. 반면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은 중세 내내 성상주의자는 물론 미메시스, 예술, 이미지, 감성, 육체와 욕망을 긍정하는 이론이나 사상, 모방론에 기반한 예술론의 수원지 구실을 했다. 주권 권력이 민주주의를 억압할수록 대중을 계몽의 대상으로 치부하며 이데아와 이성을 앞세우고 이와 부합하지 않는 이미지를 배제하였다.
니케아 공의회가 성상주의자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많은 성상과 종교 예술품이 만들어지고 대중들은 ‘신성의 창문’인 성상을 통하여 쉽게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신성에 다가갔다. 성상파괴주의의 교조적 자세는 이미지와 예술 자체를 부정하였지만, 성상 없이 곧 바로 하나님이나 신성에 이르려는 이들이나 이미지의 허위성이나 대중 기만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이들의 담론은 각각 교황이나 황제의 권력과 밀접하게 결합하였다. 훈육권력은 성상을 ‘문맹자를 위한 책’으로 간주하며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순종의 이름으로 백성들의 신체와 정신을 규율하였다.
발터 벤야민은 기술복제 시대를 맞아 기술 복제품의 이미지들이 아우라를 상실한 대신 전시 가치를 갖게 되면서 대중과 활발히 만나고 종교적인 의미보다 사회적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으로 보았다. 롤랑 바르트는 현대의 여러 문화가 생산하는 기호와 이미지에 담긴 신화와 이데올로기를 기호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지평을 펼쳤지만, 마르크스주의 사상을 결합하였으면서도 역사적 맥락의 해석을 소홀히 하였다. 윌리엄 존 토마스 미첼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미지가 상품/물신과 결합하여 부르주아의 이데올로기를 강요할 뿐만 아니라 현실을 구성하는 면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분석하였으며, 다중가치성과 변증법적 이미지 개념을 통하여 이에 저항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제
시하였다. 이들의 이론은 매스미디어를 매개로 생산되고 소통되는 기호와 이미지에 담긴 권력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담론을 생산하였지만, 자본과 권력의 압도적인 힘에 눌려 일부 진보적인 학자들에게만 헤게모니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