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에 나타난 기념의 문화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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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연구 79집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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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지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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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에 나타난 기념의 문화정치학
태지호
한국 전쟁을 어떻게 인식하고 기억하는가는 한국 사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이다. 무엇보다 북한이탈주민은 한국 전쟁이 아직 종식되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사례이다. 이들에 대한 인식과 그 처우는 한국 사회에서 줄곧 중요한 이슈인데, 최근에 이르러서는 북한이탈주민의 날이 법정 기념일로 제정됨으로써 이들과 관련한 국가 정책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이에 본 연구는 북한이탈주민의 날이라는 기념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논의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을 다루는데, 구체적인 분석 대상은 기념사와 기념식 중계이다.
우선 북한이탈주민 날 기념사는 북한 및 분단 상황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하면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지배 헤게모니적 가치를 강화한다. 즉 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와 자기 계발 및 사회적 성취의 문제를 강조함으로써 자유와 통일이라는 개념을 세속화시키고 북한이탈주민들을 타자화한다. 그 다음으로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 중계 또한 기념사와 기념식이 강조하는 자유와 통일이라는 가치를 다양한 영상 기법을 통해 드러내고 있으며,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탈주민은 그 의미 형성에서 매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확인될 수 있는 기념의 의미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 번째로, 기념식의 미학적이거나 재현 구성적 관점에서, 기념식의 수행성은 매체에 의존적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기념식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대상화에 치중함과 동시에 그들을 대한민국의 사회 질서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상징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 호명한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기념식이 근대적 통치성의 규범과 기술을 재확인하게 한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이탈주민과 같은 특정한 계층에 대한 기념을 통해 국가의 방향성을 공식화하고 동시에 국내외에 당면한 문제들을 봉합할 수 있는 도덕적인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