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 설화에 나타난 생태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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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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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 설화에 나타난 생태 담론

 

김신정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신화는 모순되는 두 논리를 항상 지니고 있으며 이 두 논리를 매개항을 통해 해소하고자 한다고 하였다. 이를 계승한 일본의 신화학자 나카자와 신이치는 신화는 복논리를 지니며 인간사회도 이러한 복논리를 통해 문제적 현상(사회의 문제, 기후위기)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 그가 주창한 복논리는 레비스트로스가 말하는 신화 속 이항대립과 유사한 것으로서 이성의 논리(비대칭성의 논리)와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가능한 논리(대칭성의 논리)가 함께 있는 것을 말한다.

동티 설화는 동·식물을 비롯하여 집안이나 사당의 물건을 무심코 건드리거나 훼손하여 지벌地閥을 받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동티 설화의 유형은 신성을 믿지 않아서 동티가 발생한 이야기와 신성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동티를 해결하는 이야기로 나뉘며, 이를 통해 동티 설화에는 두 개의 대립항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바로 비믿음의 항과 믿음의 항이다. 비믿음의 항은 인간과 자연의 이질성과 단절의 논리 즉, 인간 중심의 비대칭성의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고, 믿음의 항은 인간과 자연의 동질성과 소통의 논리 즉, 자연과 인간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대칭성의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믿음의 항과 믿음의 항은 매개항을 통해 대립의 관계가 중재되고, 대칭성의 논리는 이를 통해 비대칭성의 논리를 극복한다.

동티 설화의 전승은 신성과 동티에 대한 믿음에 기반한다. 동티로 인한 죽음이나 질병의 경험과 제사를 통한 동티의 예방이나 질병의 해소라는 서사적 경험은 결국 실제 동티의 경험에 의한 믿음에서든 보이지 않는 신성한 것들에 대한 종교적 믿음에 의해서든 자연물을 비롯한 일상의 곳곳에 신성이 깃들여 있으며 이러한 것들에 대한 인간의 무심함으로 인해 벌어질 화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할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동티 설화의 담화 층위에서는 눈에 띄는 비믿음의 담화적 상황이 발견되지는 않는다. 다만, 담화 상에서 시간이 흘러서 더이상 동티가 나는 일은 없었다는 언급이나, 지금은 신앙이 생겨 동티를 이겨낼 수 있다는 언급은 신성과 동티에 대한 믿음에 기여하는, 담화 층위의 매개항이다. 이처럼 두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동티 설화는 인간과 자연의 이질적이고 불통하는 관계를 동질적이고 소통할 수 있는 관계로 바꾸어야 한다는 가치관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