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픽션 영화에 나타난 미래 세계의 재현 양상에 관한 기호학적 연구

논문지 39집 조회수 2477
저자 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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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사이언스픽션 영화 중에서, 생명공학, 정보기술, 인지과학, 로봇공학 등으 로 대변되는 ‘첨단 과학기술에 기반한 미래 사회’가 주요 배경이 되는 작품들의 영화 기호학적 분석을 목표로 한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 및 3D 제작 시스템의 발전에 힘입 어, 제작 횟수, 규모, 소재 및 주제의 다양성 등 전방위적으로 확장중인 사이언스픽션 영화는 2009년 <아바타>의 전지구적인 흥행 이후, 영화 산업 내에서 매우 중요한 장 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첨단 과학기술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미래 사회와 인간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매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실 사이언스픽션은 관찰을 통해 인식한 세계의 잠재적 상태를 독해 가능한 대상으로 실재화하는 작업을 전제로 하는데, 이때 가설적 구축물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사고를 구조화하는 형식이 필연적이며, 미래를 예측한 결과물로서의 기표들의 총합인 재현 양상은 자연스럽게 기호학의 연구 대상이 된다. 왜냐하면 기표는 기표로서 머물지 않고 언제나 의미와 즉각적으로 결합되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사이언스픽션 영화들이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야기하는 희망 혹은 공 포에 대해서, 지금과 달라질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방식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며 대응적으로 성찰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글이라 하겠다. 글 전반부에서는 첨단 과학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를 두 가지 입장, 트랜스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으로 요약 설명하면서 사이언스픽션 영화가 내포하는 이데올로기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얻고자 한다. 또한 사이언스픽션이 미래 예측 anticipation 담론이라 정의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미래 예측의 방식으로 외삽법 을 예로 든다. 사이언스픽션에서 아직은 현실이 아닌 상태이지만, 충분히 현실이 될법 한 가능성을 가늠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지만 내러티브 맥락 안에서 실재하는 것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작업에 관해서 설명한다. 글 중반부에서는 사이언스픽션 영화들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분석 방법론으 로 계열체/통합체 개념을 설정한다. 미래를 재현하는 계열체들의 구성방식은 현실에 서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의 이미지로 구성된 계열체, 현재의 현실, 즉 지금-여기에 ‘부재하는 것들로 구성된 계열체 absent paradigm’라 정의할 수 있다. 부재하는 것들 로 구성된 계열체는 사이언스픽션 영화가 그럴듯하게 진짜처럼 제시한 미래의 다른 낯선 세상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실재하지는 않지만 마치 실재 하는 것처럼 작용하게 된다. 글 후반부에서는 계열체들의 배치방식인 통합체 원칙을 관찰한다. 그 중에서도 매우 익숙하게 관습화된 평행통합체 원칙이 적용된 영화들을 서술하면서, 미래 재현 양상 이 결국은 내러티브를 전개시키는 관계망 속에서 이분법적 패러다임이라는 낡은 상징 적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 과정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