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음악적 소리, 행위, 가치체계의 변화

논문지 39집 조회수 1765
저자 손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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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대표적인 음악청취형태는 ‘이어폰’을 끼고 ‘휴대폰’에 자신만의 취향 대로 저장해둔 ‘음원 라이브러리’의 음악을 들으며 길을 걷거나, 다른 업무나 행동을 병행하는 것이다. 음악은 어느새 전자파일의 형식의 음원으로 변화하였으며 이에 따 라 사람들은 점점 음악을 수용하는 행위, 음악으로부터 기대하는 가치체계를 달리 하 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극도로 고립된 개인적인 음악청취는 결국 사회적인 소통의 부 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작년 (2013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라이브 음악이 활성화되는 특이한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1999년 냅스터가 출범하면서 본격 적으로 시작된 인터넷 시대에 끝없이 추락하던 음반판매 역시 작년에는 호조를 보였 다. 이에 본 논문은 최근의 음악적 현상과 흐름을 해석하고자 한다.

음악인류학에서는 음악을 소리적(sonic) 측면과 더불어 음악에 관련된 행위 (behavior)와 의미(metaphor)를 연구대상으로 삼는다. 논자는 음악인류학적 접근을 응용하여, 음악을 소리체계가 아닌 기호체계로 확대시키고자 한다. 우선, 20세기 초 음반이 생산되면서 음악이 복제되기 시작하던 시점으로 논의를 거슬러 올라간다. 1930년대 라디오의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전파를 통해 전달되는 음악에 상응하는 개 념으로 공연은 ‘라이브 뮤직’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덧입혀진다. 한동안 복제된 음악 은 부차적이고 종속적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오디오 테크놀로지의 눈부신 발 전에 힘입어 고유의 ‘진정성’을 얻게 된다. ‘오디오 애호가’라는 개념이 대두되던 시 점이다. 복제된 음악도 그 자체로 진정한 음악청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1980년대에 이르면 워크맨의 개발로 인하여 음악은 움직일 수 있게 되고,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다. 개인성이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인터넷의 시대에 들어서면, 음악은 각종 -불법이건 적법이건 간에- 다운로드 를 통해 공유화된다. 뿐만 아니라 음악수용자와 음악생산자는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를 통해 감성을 교환한다. 가장 고립적일 것으로 예상되던 디지털 시대의 음악적 가치 체계는 오히려 ‘인터렉티브 뮤직(interactive music)’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음악현상의 변화는 최근에 일어난 라이브 공연의 활성화와 앨범판매의 호조를 설명할 수 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횟수가 잦아진 만큼 구체적으로 세밀화 시킬 수 있는 고전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요구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