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S. 퍼스와 마이클 폴라니의 회의론과 믿음(belief)에 대한 비교 연구

논문지 기호학연구 54집 조회수 932
저자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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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폴라니의 암묵적 지식이라는 개념은 비판철학 전통 안에서 과학적 객관성이
철학적 사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 명시적으로 증명되어 학습한 지식 이외에도 의미의 영역에 묻혀 살고 있음을 강조
한 개념이다. 특히, 한 사회 안에서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고 증명의 대상으로 판단되지
않아서 언변으로 표면화하지 않는 지식을 그는 암묵적 지식이라고 규정하였다. 이 개
념을 통해 폴라니는 비판철학 전통 안에서의 의심과 회의의 역할이 시공간적 맥락에
따라 변화함을 지적하고 비판철학을 극복한 포스트-비판철학을 구상하였다. 퍼스도
근본적인 회의가 가능하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데카르트를 비판했으며, 의심과 믿음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인식의 확실성이 어디에서 오는지 탐구하였다.
이 논문은 퍼스와 폴라니의 반회의론적 입장을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하
고, 퍼스가 과학철학뿐만 아니라 과학사회학의 영역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짐을 강
조한다. 폴라니의 철학적 사유는 자신의 경험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에서 출발하는 것
에 비해, 퍼스의 가추법은 논리학과 수학에 바탕을 두고 엄밀한 인식과 사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퍼스의 믿음과 습관에 대한 고찰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믿음과 습관에 대한 설명에서 퍼스도 과학적 탐구의 과정을 사회적으로 파
악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폴라니는 과학적 인식이 명확한 원칙이나 엄밀함
으로만 가능하지는 않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자연과학 분야 과학자들의 공동체
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중심으로 자신의 이론을 펼친다는 점이 퍼스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퍼스는 당시까지의 논리학과 수학에 대한 비판과 자신이 정의한 가추법
을 지속적인 탐구의 과정과 과학자들의 공동체에 적용했으나, 폴라니는 현실 공동체
에서 시작한 암묵적 지식의 개념을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하고 개인적 지식이라는 영
역 자체의 사회적 구조와 함의를 모호하게 남겨둔 한계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