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정체성 재고와 연구방법 모색

논문지 기호학연구 52집 조회수 926
저자 오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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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의는 구비서사 갈래인 전설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그를 바탕으로 연구 방향⋅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설의 정체성은 그것과 관련된 체계들을 통해 제
대로 파악할 수 있다. 첫째, 전설의 상위 체계의 관계들을 통해 전설의 주요한 특징을
알 수 있다. 전설의 상위 체계인 구비문학은 기록문학과 관계 체계를 형성하면서 국문
학이라는 시스템을 형성하며, 여기에서 구비문학은 주로 통시적 관점에서 규정되었다.
공시적 관점에서 보자면 구비문학은 기록문학에 비해 비분화되어 있으며 불완전한 것
으로 간주된다. 둘째, 권력의 문제와 관련하여 전설은 관계 체계 내 주변부ㆍ비주류에
위치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전설의 연구 영역에서 연구의 주된 대상들이 전설의 정체
성이나 본령에서 벗어난 것이 선택됨으로써, 역설적이게도 전설 연구는 전설의 본령
이나 그 정체성과 오히려 유리되어 왔다.
전설은 다른 문학 갈래와 구분되는 정체성, 즉 뚜렷한 자기 지시성의 제한성을 가진
다. 전설의 유표적 자질은 한 마디로 지역성이다. 전설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면서
살아온 구체적 공간을 점유한 사람들이 증거물을 중심으로 형성⋅전승한 이야기이다.

따라서 지역 전설에 대한 연구는 이러한 전설의 정체성을 토대로 그 방향과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본 논의에서는 전설 텍스트 분석을 위해 지역성을 먼저 전제하지 않
고, 지역별 비교를 통해 전설의 특성을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것의 의미화 방식을
밝히고자 하였다. 구체적 분석 사례로 충북 음성지역의 효행전설을 대상으로 하여 예
시하였다. 전설은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순한 텍스트로 보기 쉽지만, 전설을 형
성하고 전승해 온 지역민들에게는 그 텍스트를 통해 자신들과 지역에 대한 의미와 이
미지를 형성하는 약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