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기반 미디어(Locative Media)로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연행성

논문지 39집 조회수 1571
저자 주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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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논문에서 모바일폰의 미디어적 특수성으로 관심을 두는 것은 공간 이동의 특성, 역사를 통해 삶의 방식으로서 인간과 함께 지속적으로 존재해왔던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대한 기술애(technophile)다. 휴대한 모바일폰을 움직이면서 사용하는 가운데 추상적 좌표의 환경인 공간(space)은 구체적인 사회적 상호행위를 위한 물리적 환경, 장소(place)로 변형된다. 해서 모바일 미디어의 특수성과 제약은 장소 인식적, 위치 기반적이고, 컨텍스트적이라는 데서 비롯한다.
 이 같은 모바일폰의 장소에 기반한 컨텍스트 중심적 속성은 컨텍스트화(contextualization)로서 컨텍스트 개념을 논의했던 연행 연구(performance study)를 떠올리게 한다. 주지하다시피 연행성(performativity)을 가장 먼저 논의한 이는 영국의 화용론적 언어학자 오스틴(J. L. Austin)이다. 발화 행위 이론(Speech Act Theory)을 통해 그가 강조한 것은 리얼리티를 구성하는 언어의 힘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편적 원칙으로부터 맥락 내 위치지어진 소통을 연구하는 연행과 연행성 논의는 모바일 폰의 위치 인식적 혹은 장소 기반적 고유성을 해명하고 그것의 사회문화적 의의를 밝히는 작업과 적지 않은 연관성을 가진다. 특히나 모바일폰의 이동에 따라 몸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특수한 맥락의 장소 구성에 따른 체현(embodiment)의 연행적 성질은 모바일폰이 생성하는 사회문화적 담론에 깊이 연루되므로 우선적으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디바이스의 하드웨어적 측면을 넘어 연행론적 관점에서 장소기반 미디어로서 소프트웨어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미디어적 속성을 검토하는 것은 모바일폰의 이동성에 대한 논의를 확장, 심화시킬 수 있는 의의를 지니리라 본다.
 논의를 위해 본론에서는 모바일SNS, 모바일 스토리텔링, 모바일 게임 등을 위치, 장소, 체현적 경험과 연계하여 다룰 것이다. <카카오톡>, <내 손안의 경복궁>, <City 
of OZ> 등의 모바일 SNS⋅모바일 스토리텔링⋅모바일 게임 어플리케이션이 주 연구
대상에 속한다.
 모바일폰 SNS 메시지 <카카오톡>의 동시적, 비동시적 소통은 모바일폰을 갖고 이동하는 상황마다 재컨텍스트화된다. 이를 본고에서는 SNS와 춤추기로 비유하면서 이동 장소에 따른 그 체현적 구성을 강조하려 한다. 모바일폰 스토리텔링 <내 손안의 경복궁>은 추상적인 역사적 과거를 사용자의 몸에 삽입하는 체현적 경험을 생성시킨다. 사용자는 산보자로 연행함으로써 공동체적 역사적 장소를 새롭게 구성, 재컨텍스트화한다. 위치 기반 모바일폰 게임 <City of OZ>는 현실 세계를 게임 세계에 접목시킨다. 해서 유저는 게임 세계 구성 자체를 서사화하고 새롭게 재컨텍스트화된 장소 생산의 동작주가 된다.
이러한 모바일폰의 물리적 공간과 가상 공간의 혼성화가 생성시키는 새로운 물질성에 대한 현전의 감각은 유령 같은 몸의 감각과 닮아 있다. 갑작스럽게 전화벨이 울리거나,“카톡”알림 메시지가 당도할 때 휴대폰에 골몰하는 사람들의 모습, 관광객들이 모바일 스토리텔링을 청취하면서 고궁을 배회하고, 위치 기반 게임을 근간으로 게임 유저가 유랑하는 장면은 유령의 역습을 상기시킨다. 그렇게 유령처럼 나타나서 공공적 거주 공간 내 기호들의 필드에 갑작스런 침입을 감행하는 것, 그것이 끊임없이 컨텍스트화를 실천하는 장소적 미디어, 모바일폰 사용 주체의 체현적 연행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