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문제: 메를로-퐁티의 언어와 회화를 중심으로

논문지 기호학 연구 46집 조회수 1110
저자 심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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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의 목적은 메를로-퐁티의 ‘표현’의 문제를 언어와 회화에 관련하여 살펴봄으
로써 그가 정립하고자 하는 새로운 철학의 가능성을 확인하는데 있다. 지식에 접근하
는 가장 일차적인 것은 경험이다. 경험은 표현되지 않으면 지식이 될 수 없다. 전통철
학에서 표현은 사유를 근거로 한다. 즉 사유는 언어로 표현되었기에 표현한다는 것은
사유과정이 언어화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언어로 표현된다는 것은 반성적 작용을 전
제로 한다. 그러나 메를로-퐁티에 따르면 경험은 지각함을 말하는 것이기에 그것은 반
성적 인식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신체로 감각하는 것이 바로
지식의 시작이며, 그때에 비로소 세계-에로-존재로서의 인간적 삶과 세계가 열린다. 그
런 까닭에 본고에서는 ‘표현’의 문제에 주목한다. 표현한다는 것은 행위함이다. 행위는
신체적 지각을 통해 가능하다. 표현한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
리하여 근대철학이 잃어버린 세계를 회복시킬 뿐 아니라, 고유한 신체의 수수께끼를
풀도록 도울 것이다. 그런 까닭에 메를로-퐁티의 삶의 세계에 대한 현상학적 해명은

철학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본고에서는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을 통해 철
학의 본질에 접근하려 시도하고 있으며, 그 하나의 방법으로서 언어와 회화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후설이 구체적 삶의 장을 잃어버린 근대철학과 근대인의 삶을 위기로 파악하고, 새
로운 학으로서의 현상학의 필요성을 제기했던 것처럼, 메를로-퐁티는 신체와 지각의
회복을 통해 현상학적 사명을 이어가고 있다. 본고에서는 언어와 회화를 신체적 표현
의 두 가지 양상으로 본다. 본 연구의 목적을 위해 우선적으로 소쉬르의 언어이론이
메를로-퐁티에게 미친 영향과 소쉬르의 언어이론을 메를로-퐁티가 어떻게 재해석했는
지를 살펴볼 것이다. 그런 후에 표현으로서의 언어와 회화가 지각적 차원을 가지게 됨
을 보여줌으로써,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의 의미를 확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