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컬처를 위한 기호학 방법론 고찰-포스트모던 예술과 시각기호학

논문지 제 45집 조회수 1920
저자 심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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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현대 비주얼 컬처의 고정 이미지를 분석함에 있어서 기호학이 적절한 방
법론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시각기호학’이라고 불리는 여러 분석 이
론들의 한계와 가능성을 연구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우선 시각기호학에 대한 대표적인 텍스트라 할 수 있는 롤랑 바르트의
광고 이미지 분석방법론과 미술사적 분석에서 가장 대표적인 에르빈 파노프스키의 도
상해석학에서 논의를 시작하였는데, 이 두 방법에서는 공통적으로 이미지에 비해 언
어에 우위를 두는 로고스중심주의적 관점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방적인 재현
이 이미지의 본질이라 생각하는 이와 같은 전통에 대해, 안느-마리 크리스탱은 이미
지가 무엇을 재현하는지(형태)를 먼저 보기보다는 이미지가 어디에 표현되었는지(바
탕)를 먼저 보는 ‘면’에 대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고흐의 구두 그림
에 대해 하이데거와 샤피로가 벌인 논쟁에서 데리다가 취한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이
렇듯, 대부분의 전통적인 이미지에 대한 담론들은 도상성과 조형성의 대결 구도에서

늘 도상성에 우위를 두었는데, 이는 그레마스 학파의 장-마리 플로슈가 칸딘스키의
비구상적 회화를 분석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같은 시각기호학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했던 것이 그룹 뮤(Group μ)의 시도였으며, 이미지의 수사학을 정립하기
위해 조형성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는 데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미지의 의미를 기호학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
에서 살펴본 오늘날의 포스트모던 이미지들의 경우, 여전히 기호학은 분석의 방법론
으로서 충분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하였다. 두 가지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기존의
방법론들이 적극적으로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은 전통적인 기호학의 개념에서 메시지
의 발신자와 관련이 있는 ‘포이에틱’(작품의 창작 원리에 대한 연구)의 영역과 수신자
와 관련이 있는 수용자의 사회 문화적 조건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포스트모던 기호학
의 수용자와 관련한 부분에서는 마크 같디너의 사회학적 기호학의 관점을 바탕으로
하였는데, 포스트모던 이미지에 대한 분석이 단순히 텍스트의 내적인 분석이나 재현
형태에 대한 분석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의미는 시니피앙의 자유로운 놀이에서 만들
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호와 기호 사용자간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