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의 서양화에 담긴 신화성에 대하여-- 바르트의 신화이론을 중심으로

논문지 기호학연구 49집 조회수 1200
저자 신은실 안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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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사에서 최초의 여성 ‘양’ 화가이자 ‘신’ 여성으로 새로운 문명의 선봉에
서 있던 나혜석(1896∼1948)은 1990년대 이후 여성주의가 부상하면서 활발하게 연구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애와 이혼으로 이어지는 자유로운 섹슈얼리티로 인해 그 동
안 예술가적인 업적보다 규범을 벗어난 일생이 더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당대의 사회와 여성 문제 등을
논했기에, 투철한 여성주의 신념을 담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한국 미술사에서 그
의 회화는 서구지향적이고 부르주아적인 인상주의로 자리매김될 뿐, 여성주의적 평가
는 답보상태였다.

나혜석의 그림을 제대로 해석하려면 알맞은 해석의 틀이 필요한데, 우리 시대의 해

석 틀이 아니라 그림을 그 시대의 컨텍스트 속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즉 그의 그림을
‘모던’과 ‘개화’ 담론이 일어나던 20세기 전반의 맥락 속에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
다. 기호학적으로 보면 ‘서구적’ 형태의 의미는 한 세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정 반대의
‘기의’와 결합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서구적’이라는 나혜석의 서양화라는 기표가 19세기 후반에 태어난
그가 활동했던 20세기 전반의 ‘모던’과 ‘개화’ 담론의 맥락 속에서 들여다본다면 ‘외세
적’이나 ‘반민족적’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독립’이나 ‘애국’이라는 기의와 결합되어
있음을 밝혀냈고, 이를 바르트의 신화 모델로 명시하였다.
또한 나혜석은 관찰과 기록을 전제로 한 풍경화가로서 전통적인 공간적 금기를 넘
어 활동하였다. 국경을 가로지르는 여행은 고사하고 거리를 나다니는 문밖출입도 힘
들었던 당시의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보면, 풍경화가로서 거리와 산천을 누비고 국경
을 넘는 여성 여행가로서 나혜석의 여성주의적 의미는 간과될 수 없을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 나혜석을 단지 자유주의자 혹은 유미주의자로 단정하면서 페미니스
트 유화를 적극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기존의 논의가 재검토되었다. 앞으로도 나혜
석 작품의 상징적 내포에 대한 더욱 활발하고 밀도 깊은 논의를 통해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