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바타유의 ‘위반’에 대하여 - 바타유의 '눈 이야기'와 사드의 '쥘리에트 이야기' 연구

논문지 기호학연구 51집 조회수 1164
저자 차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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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조르주 바타유의 에로티슴을 중심으로 그가 정의하는 금기와 위반의
의미를 개괄하고, 그러한 개념이 그 자신의 문학 작품에서 실제로 어떻게 형상화 되는
지 알아보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바타유는 금기와 위반 사이의 저울 놀이와도 같은
움직임에 주목하며, 그 두 개념이 따로 떨어져 있거나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전제하는 관계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바타유의 논의에 현대적 의미를 부여하
기 위해, 우리는 사드와 바타유를 비교하며 바타유의 위반 개념을 현대 철학의 언어로
평가한 푸코의 글 「위반을 위한 서문」을 참고하였다. 푸코는 바타유의 언어를 끊임없
이 경계를 탐색하는 운동과 연결 짓고, 그가 위반을 그려낸 작품들은 이제 더 이상 초
월적이고 절대적인 주체를 상정할 수 없는 현대 철학을 형상화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 하에, 우리는 바타유의 에로티슴 집필에 단서를 준 사드의 작품 쥘리
에트 이야기와 바타유의 대표작 눈 이야기의 몇 장면들을 죽음에 대한 각 작가들의
태도와 그들의 사용하는 언어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사드 작품 속 주인공
들은 죽음을 쾌락으로 향유하고, 모든 범죄 행위들 속에서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 바타유에게 있어서는 죄책감이야말로 위반의 핵심적 감정이며, 금기는 한 번 위
반되었다 하더라도 다시금 그것을 파괴하려는 욕망과 거기에서 불러일으켜지는 죄의
식과 불안이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주체성을 벗어내고 죽음을 체험하고 싶지만 그것
이 불가능함을 끝없이 외치는 것이 바타유의 위반의 언어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
다. 이처럼 쥘리에트 이야기의 주체 쥘리에트의 모험과 눈 이야기의 중심 대상인
‘눈’의 모험을 살펴봄으로써, 두 작가 모두 성 금기와 죽음 금기의 위반을 통해서 삶
속에서 죽음을 체험하는 방식을 탐색하였음을, 그리고 그러한 탐색이야말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한다고 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