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와 터부 그리고 사진 - 현대 사진예술에 나타난 금기의 재현

논문지 기호학연구 51집 조회수 988
저자 이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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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의 재현은 회화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역사적으로 억압된 욕구를 드러내
는 금기와 터부는 일부 위대한 화가들에 의해 재현되었는데 대부분 우회적인 방식으
로 은밀히 드러나지만 여전히 감시의 그늘에 있었다. 그러나 18세기 인간 본성에 관한
내적 탐구가 시작되는 근대 미술에 와서 억압된 욕구는 감시와 통제의 울타리를 넘어
점진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19세기 사진발명 이후 사진의 대중화는 단순한 현실의 복
제를 넘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금기의 재현을 가속화시켰다. 왜냐하면 무한 복제
가 가능한 사진은 응시자에게 반박할 수 없는 장면의 신빙성(ça a été)을 주면서 오랫동
안 대중들이 볼 수 없었던 은밀한 장면을 전파의 형태로 무더기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과 소통하는 금기의 재현은 사실상 이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사진예술에서 금기의 재현은 가장 중요한 예술적 담론들 중 하나가 되었고,
특히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에 속하는 많은 작가들은 실제 사진을 가장 중요한 매체로

활용한다. 왜냐하면 사진은 단순히 이미지의 결과가 아니라 상황설정, 역사적 구성, 미
장센, 퍼포먼스 등 작품의 제작과정에서 실행자가 되기 때문이다.
현대 사진예술에서 나타나는 금기의 재현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우선
정치 이데올로기 영역에서 금기가 집단 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이나 역사적 퇴행으로
나타날 때, 사회적인 금기는 대부분 대중의 알 권리보다 다수의 행복을 위한 윤리적
문제와 선정성에 관계된다. 집단 공동체의 생존과 존속을 위해 가장 오래된 금기는 종
교와 성에 관계하는데, 작가들이 재현하는 종교적 금기는 동성애, 낙태, 성적 결정권,
인종 문제 등 교회의 절대 권위와 복종 그리고 교리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 항거하는
예술적 제스처로 이해된다. 끝으로 현대 조형사진가들이 사진을 활용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성적 금기의 재현은 집단 사회의 상품화된 성과 경직된 성교육 게다가 성에
대한 자기 결정권까지 박탈하는 오늘날 왜곡되고 억압된 성에 대한 숙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