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부, 금기와 위반의 메커니즘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 - 사람들의 전통과 하느님의 계명(마르 7,1-23)

논문지 기호학연구 51집 조회수 1076
저자 안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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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행복은 터부와 관련하여 잘못된 전제를 가지고 힘을
행사하려 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이른바 성스러운 것과 속된 것, 정한 것과 부정한
것,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 등의 이분
법적 구분은 성경에서 특히 복음서들에서 예수라는 행위자가 타파하려고 했던 핵심
과제들 중 하나였다. 율법 우선주의는 자칫 인간을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시킬 수
있는 무자비한 도구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인간을 참된 주체로 세우기 위해, 사회
정치적으로 횡행하는 금지와 통제로써 인간을 좌지우지 하려는 허용과 금지의 메커니
즘에 휘둘리지 않고서 자유로운 인간으로 우뚝 서기 위해, 어떤 해법이 우리 사회에
마련되어야 할까. 바로 이 지점이 본고의 출발점이다.
마르코 복음 7장 1-23절에서는 율법을 앞세워 권위를 행사하여 억압하려는 바리사
이와 율법학자들 그리고 인간을 참으로 자유롭게 하는 하느님의 계명을 일깨우는 예

수 사이에 대립을 보여준다. 그런데 과연 이 대립만으로 문제는 해결된 것일까? 성경
텍스트에 대한 기호학적인 분석은 대립을 넘어서 참된 만남으로 이끄는 형상들의 행
보를 통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보여준다. 말하자면 분쟁과 억압과 대립(저항)을 낳는
이분법적 구분이 아닌 제3의 구도 곧 서로가 관계를 맺는 구도로 독자를 나아가게 해
줄 것이다.
본고에서 채택한 분석방법은 파리학파(Ecole de Paris)에 속하는 기호학의 한 분파로
서, 프랑스 리옹에서 성경학자들이 그레마스 이론을 성경에 적용시키면서 개발한 기
호학적인 독서이론이다. 이 학자들은 리옹학파라고 불렸는데, 성경텍스트를 위주로 형
상과 형상들의 행보에 대한 이론을 전개시키며 연구하였다. 특히 형상들의 행보 끝에
맞닥뜨리게 되는 피규랄(figural) 이론은 독서 끝에 탄생하는 주체 이론과 맞닿아 있다.
이 기호학적 독서는 텍스트 분석을 통하여 이분법 구도에서 시작하여 텍스트와의 대
화를 통한 관계의 구도로 독자를 나아가게 하는 탁월한 도구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