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위상 - 금지와 향유의 기원

논문지 기호학연구 51집 조회수 978
저자 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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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적 관점에서 보면 아버지는 욕망과 주이상스의 기원이다. 아버지의 위상과
역할은 주체가 아버지를 가진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의 질문을 통해 효과적으로
규명될 수 있다. 프로이트는 <토템과 향유>에서 원초적 아버지의 신화를 소개한다. 아
버지는 금제를 통해 자식들에게 욕망과 더불어 법을 위반하고자 하는 향유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존재이다. 아버지는 초자아와 대타자의 두 가지 위상을 가지고 있다. 초
자아는 억압적이지만 두려움 보다는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이 죄책감은 아버지가
금한 절대적 향유를 누리려고 하는 무의식적 유혹을 보여주는 증상이기도 하다. 또 아
버지는 어머니를 상징하는 물(Ding)을 금지하는 거세를 통해 주체의 내부에 결여를 가
져오는 대타자이기도 하다. 결여가 욕망을 낳는데 결국 욕망은 향유에 대해 거리를 두
면서 주체를 보호하는 방어적 기능을 한다. 아버지가 주이상스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
은 그가 향유를 누리는 예외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들은 아버지처럼 환상 속에서 예
외적 존재가 되고자 하지만 이것은 기만적인 남근적 향유로 주체를 이끈다. 또 주체가
결여를 수용하지 못하고 타자 속으로 들어가 버리면 주체는 타자의 향유에 의해 소멸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아버지를 죽은 아버지, 즉 아버지의 이름으로 만들어야 하며,
타자의 결여를 인정하고 욕망을 유지하면서 보충적 향유의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결
국 욕망과 향유는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상보적인 것이며, 아버지의 두 기능, 즉 초자
아와 대타자의 기능도 위상학적 공간에서 동일한 면의 두 측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