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궁리>에 나타난 하위도상의 ‘공간화’ 지향 연구 - 인물의 갈등과 오브제를 중심으로 하여

논문지 기호학연구 50집 조회수 1338
저자 전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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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2012년에 공연된 이윤택 작, 연출의 <궁리>를 퍼스(Peirce)의 하위도상(hypoicon) 개념을 토대로 하여, 그것들이 만드는 도상적 기호와 작품의 메시지를 탐구한 논문이다. 연극 <궁리>의 극중 인물, 무대 조형, 오브제들이 구성하는 온갖 감각들(시각, 청각, 촉각)은 모두 일차성(Firstness)의 자질을 지닌 도상 기호의 기반 위에서다양한 해석소들을 생산하며, 공통적인 의미로 묶일 수 있는 거시적 상징 기호, 즉 작품 전체에 대한 일련의 해석소를 구축한다. 극의 제목처럼 극중 인물인 장영실과 세종은 공통적으로 ‘궁리’하며, 궁리하는 행위속에서 극의 모든 상황과 사건들은 연계되어 있다. 또한 실제 연극 무대에서 보이는인물의 상태(배우의 다양한 연기를 통해서 드러나는), 무대 조형, 오브제들의 이미지및 다이어그램은 시각적으로 매우 강하면서도 은유적(metaphorical)으로 ‘공간화’를 지향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극중 캐릭터의 몸, 심리, 인물 간의 위계 그리고 물리적 배경은상징적으로 공간화되며, 심지어 오브제들의 이미지가 형성하는 메시지 자체도 모종의 ‘공간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극중 장영실이 자신을 옥죄고 있던 물리적⋅심리적 공간을 탈피하고 죽음과 동시에 새로이 탄생하는 순간에도 작품의 메시지는 영실이 위치한 어떤 ‘자리’를 표상하고 있다. 그리고 필자는 <궁리>의 이러한 동위성, 혹은 작품의해석소를 이끌어 내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하위도상으로서의 이미지, 다이어그램, 메타포라고 생각한다. 메시지 전달에 있어 시각적⋅청각적 요소들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연극이라는 장르 매체 안에서 도상 기호는 그것의 재현체인 하위도상들을 통하여, 관객의 인지 및 해석 활동을 끊임없이 촉진한다. 그런 의미에서 연극 <궁리>는 도상 기호가 ‘공간화’ 내지 ‘공간성’을 지향하는 상징 기호로 이동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