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설치 작품의 의미 축조와 현상학적 이해- <까마귀의 살해>를 중심으로

논문지 기호학연구 50집 조회수 1021
저자 박영주, 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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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사운드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아주 오랜시간동안 시각 기호와 문자에 기반을 두었던 문화 패러다임에 변화를 가져왔다. 레코드, 테이프, CD, MP3 등 사운드 저장매체의 변화는 청취의 시공간적 자유와 원음의 현장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고 요약할 수 있다. 반면 스피커로 대변되는 사운드 재생기술의 발전은 청취자의 지각 및 인터랙션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뿐만 아니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은 창작의 유연성을 가중시키는데 일조하였다. 사실 문화예술 영역에서지배적인 감각으로 자리한 시각에 비해 청각은 여전히 부수적인 역할에 머무르고 있으나, 인공지능 기술과 사물 인터넷, 음성인식 기술이 융합되면서 주요 매개 감각으로청각이 대두되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맥락에서, 청각이 독립적으로사용되면서 보조적인 수단이 아닌 중심 역할을 하는 작품에 주목하고자 한다. 자넷 카디프(Janet Cardiff)의 사운드 설치 작품 <까마귀의 살해(The Murder of Crows)>(2012)는 시각 기표는 모두 배제한채, 전방위적으로 배치된 98개의 스피커를 통해, 다양한 사운드의 겹침과 사라짐, 음량변화, 울림 등을 전달하고 있다. 음향, 음악, 음성의 중첩은시공간의 깊이를 만들고, 픽션 세상을 축조하며, 소리로 가득 찬 공간 속에서 관객은 현장감을 경험하게 된다. <까마귀의 살해>를 통해, 사운드 기표들이 어떤 의미작용을 하는지, 관객의 지각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인지적 참여는 어떻게 일어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