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성을 메타언어로 한 신화텍스트 연구 - <삼공본풀이>, <세경본풀이>, <삼승할망본풀이>를 대상으로

논문지 기호학연구 50집 조회수 1036
저자 김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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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성을 메타언어로 하여 신화텍스트를 분석하고 공간적 모델링을 통해 텍스트 기저에 있는 신화적 사유를 탐색하였다. 제주도 무속신화 텍스트인 <삼공본풀이>, <세경본풀이>, <삼승할망본풀이>를 대상으로 하였고, 분석을 위해 유리로트만의 공간적 모델링 개념을 원용하였다. 신화텍스트는 내부 영역, 외부 영역, 사이공간으로 구성된다.
텍스트의 공간적 분할을 위해 우선 신화 속 주체들에 발화⋅행위⋅장소⋅이동 양상을 결합하여 공간성을 부여하였다. <삼공본풀이>의 가믄장 아기는 내부 영역과 외부 영역을 엄격히 분리하는 경계로서 기능하며, 외부 영역과 결합된 존재로서 외부 영역의 가치로 내부 영역을 포섭한다. <세경본풀이>의 자청비는 내부 영역과 외부 영역 사이에서 이동을 반복하며 사이공간을 만드는 데, ‘반복’은 곧 내부 영역의 질서에 의한 주변화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화의 거듭을 통해 결국 외부 영역으로 도달하며 외부 영역과 결합된 존재로서 외부 영역의 가치로 내부 영역을 포섭한다. <삼승할망본풀이>의 두 주체인 동해용왕 할머님과 멩진국 따님아기는 원래 외부영역에속한 자 이지만, 내부영역과 결합하여 내부영역의 가치체계로 외부영역을 포섭한다.
<삼공본풀이>와 세경본풀이는 평범한 인물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신으로 좌정되는 과정을 통해 인간 문화의 기원과 원리를 풀어내며 초월적 신의 가치체계와 자연의 섭리를 드러냈다. 반면, <삼승할망본풀이>의 두 주체는 모두 ‘불완전한 신’의 모습으로 등장, ‘꽃 피우기’를 하며 싸우고 타협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 문화의 기원과 원리를 풀어낸다는 점에서 인간 세계의 질서와 가치체계 안에서 신의 모습을 구성해냈다는 차이가 있다.
무속신화텍스트를 구성하는 내부 영역과 외부 영역의 관계는 ‘문화와 반문화’ 관계에 놓이는 경우도 있고, ‘문화와 비문화’관계에 놓이는 경우도 있다. 신화는 하나의 기원으로서가 아니라 변이형들과의 관계망에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므로 신에 대한 인간적 상상력은 이렇게 서로 다른 텍스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