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의교집(布衣交集)』에 드러나는 금기 위반의

논문지 기호학연구 52집 조회수 914
저자 이소연
논문보기 05_이소연.pdf (1.4MB) (482)

이 글은 포의교집의 여주인공 초옥의 욕망에 주목하여 초옥이 금기를 위반하게
된 원인과 방식을 살펴본 것이다. 금기는 사회 체제와 질서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작
용하므로 금기를 위반하는 일은 사회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금기는 항상 인
간들의 강한 욕망을 제지하고 억압한다. 따라서 인간은 금기 위반의 욕구를 가지고 있
으며, 인간은 금기와 욕망 사이에서 늘 갈등한다.
초옥은 자신의 오랜 소원이던 문장 잘하는 선비로 인식한 이생을 만나 그를 욕망한
다. 그녀의 욕망은 작품 속에서 뚜렷이 드러나며, 너무도 강렬하여 당대 금기를 위반하
기에 이른다. 이 글에서는 먼저 초옥의 금기 위반 양상을 살펴보고, 금기 위반이 그녀
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 그레마스(Algirdas Julius Greimas)의 행위
소 모형(Actantial model)을 사용하여 작품의 의미 구조를 다각적으로 분석하였다.
다음으로 인간의 욕망이 모방에서 출발한다는 르네 지라르(René Girard)의 이론을
통해 초옥의 욕망 또한 모방 욕망(mimetic desire)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히고자 하였다.

지금까지 초옥은 젠더와 신분을 뛰어넘어 양반과의 지기를 욕망하는 진취적 주체이자,
스스로 사랑을 찾아 나서는 주체적인 여성이란 점에서 근대적 인물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지라르의 이론에 따라 초옥의 욕망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초옥은 중세적 윤리
의식에 갇혀 있는 인물이다. 초옥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의 모델이 되는 여성 모습은
유교 텍스트에서 모범적인 여성상으로 제시되고 있는 인물들이다. 초옥이 욕망하는
이상적인 삶 또한 그녀가 습득한 지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전근대적이다.
초옥은 하층민 출신이지만, 높은 지적 수준을 갖게 되었기에 인식과 신분적 차이에
서 오는 괴리감이 존재했다. 초옥은 괴리감을 줄이고자 동경하던 상류층 여성의 삶을
모방하고자 한다. 따라서 초옥의 윤리의식도 상당 부분 남성 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초옥은 강력한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금기를 위반하지만, 그녀의 욕망은 남성 중심적
윤리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금기와 욕망의 충돌 사이에서 궁극적으로는 욕망이 포
기되고, 초옥의 금기 위반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지 못하고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