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인문학과 언어 세미오시스-포스트휴먼 시대의 언어연구 방향에 대한 소고

포스트인문학과 언어 세미오시스
-포스트휴먼 시대의 언어연구 방향에 대한 소고

강병창


  이 논문에서는 21세기 위기의 시대 상황과 맞물려 전통 인문학의 지형 변화가 포스트인문학으로 새롭게 수렴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그동안 기호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온 언어에 대한 성찰이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과 포스트인문학의 사유공간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는지를 고찰한다.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은 오늘날 인류세 위기의 동인으로 지목되는 인간중심주의와 인간예외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며, 탈중심화된 인간을 사유한다. 이는 학문적으로는 포스트인문학 운동으로 구체화되고 있으며, 인간-비인간, 자연-문화 이분법에 대해, 그리고 삶–앎–함의 주체에 대해 새로운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포스트인문학 담론은 인문학의 전 영역에서 다각도로 펼쳐지고 있지만, 인간중심주의의 기반이 되는 언어중심주의에 대한 성찰은 다소 부진해 보인다. 이 논문은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 데 일조하기 위한 개괄적 고찰로서 포스트인문학 관점에서 언어 세미오시스 연구의 향방을 가늠해 보려는 시도이다. 이 고찰에서는 언어-비언어 연속성과 언어연구 대상으로서의 총체적 언어 사실에 특별히 주목하면서 포스트 인문학적 언어 세미오시스 연구가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언어의 독보성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언어도 전체 생물계의 다양한 소통체계의 맥락 속에서 상관적 자리매김이 이루어져야 함을 역설하고, 이로써 인간중심주의에서 포스트휴머니즘적 탈인간중심주의로 나아가는 통로를 엿볼 것이다. 또한 20세기 주류 언어학이 언어가 매개하는 ‘몸–앎–문화–소통’의 연결고리에 대해서는 경계를 긋고 관여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왔음을 지적하고, ‘앎–함’ 이원모델을 극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개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