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의 수의’를 통한 앙드레 바쟁의 사진적 지표성 개념 재고

‘토리노의 수의’를 통한 앙드레 바쟁의
사진적 지표성 개념 재고

여문주

  본고는 디지털 영화로의 전면적인 세대교체와 맞물려 이루어지고 있는 바쟁의 리얼리즘 영화미학의 재조명 작업들 가운데 ‘바쟁 다시 읽기’의 연장선에서 쓰인 것이다. 본고는 바쟁의 「사진적 이미지의 존재론」에 함축되어 있는 사진의 ‘지표성’ 개념은 기존의 ‘지표 이론’에 대한 비판적 관점과는 달리, 그의 사진론을 이해하는 데 매우 핵심적인 개념에 해당될 뿐만 아니라, 그의 리얼리즘 미학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 이에 본고는 이른바 ‘지표 논쟁’의 중심에 놓여있는 바쟁의 지표성 개념을 그의 리얼리즘 미학과의 유기적인 연관관계 속에서 보다 유연하게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본고는 특히 바쟁 자신이 언급한 ‘토리노의 수의’가 그의 사진론 자체에 내재된 복잡성뿐만 아니라, 그의 리얼리즘 미학의 풍부함 또한 드러낼 수 있는 단서가 된다고 보고, 이 토리노의 수의를 중심으로 「존재론」 다시 읽기를 시도한다. 이때 수의의 사진 공개와 함께 가열됐던 진위공방은 지표의 의미작용이 지시대상과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관계 속에서 불확실하고 비결정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짐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로 다시 검토될 것이다. 아울러 바쟁 자신이 추상적 언어로 내비쳤던 리얼리즘 사진의 예술성은, 지표성에 내재된 사진의 존재론적 패러독스를 존중하는 사진가의 ‘적극적’ 실천을 통해 현실의 ‘애매성’을 드러내고 관객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는 데 있음을 논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