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열녀 설화에 나타난 ‘작은 주인’의 행위와 그 의미

가짜열녀 설화에 나타난 ‘작은 주인’의
행위와 그 의미

이효순

  가짜열녀 설화는 열녀담론 아래에서 열녀담론의 대항적 텍스트로 해석되어 왔다. 그러나 어린 주인의 열녀비 소각 행위 자체에 상층 가문의 열녀 만들기에 대한 전승집단의 부정적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는 그간의 해석은 작은 주인과 그 가문의 부귀영화식 결말과는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새롭게 살펴볼 여지가 있다. 작은 주인은 성인도 아니고, 가장이 되었지만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경계적인 인물이다. 열녀는 경계적인 인물인 작은 주인이 가문의 여성이 저지른 부정한 상황을 목도했을 때 선택한 정치적 카드이다. 이때 열녀가 선택된 것은 조선시대를 관통하고 있던 열녀 담론을 참조한 것이다.
  텍스트는 일차적으로 어린 주인이 가문의 가장으로 거듭나는 성장 서사임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여타의 열녀나 간부설화와는 달리 여성이 타자화되어 있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이야기는 가문 의식 아래 가문의 위기 상황을 ‘가짜열녀’라는 키워드를 활용하여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박문수의 등장과 침묵은 작은 주인의 행위에 대한 조력 행위로, 그의 도움으로 작은 주인의 가문은 부정에서 벗어나 유지를 넘어 영달에까지 이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텍스트는 결말부의 구연자들의 평어를 통하여 가짜 열녀 만들기의 허위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일부는 가문의식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하고, 일부는 가문의식 아래 열녀의 허위성을 비난하기도 하는 것이다. 곧 가짜열녀 설화는 작은 주인과 박문수, 열녀의 서사가 교차되어 있으며, 보여주기 방식을 통하여 가문 의식과 열녀 정려에 대한 허위의식을 이원적으로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