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법구를 통해 본 한국문화의 독창성과 보편성- 사찰 사물타주를 중심으로

논문지 39집 조회수 1885
저자 윤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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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철학과 사상의 산물이다. 어떤 문화의 초기 현상은 대개 보편적 양태를 지니 지만 세월이흐르면서 그 지역의 분화된 철학과 사상에 의거하여 새롭게 해석되고 활 용된다. 따라서 교회의 지붕 위에 종탑을 설치하는 서양의 종은 소리를 멀리 전하고자 하는 음향적 기능과 더불어 하늘에 있는 신을 찬양하고자 하는 기독교적 정신세계를 반영한다. 중국에는 지붕아래 누각을 지어 좌종우고(左鍾右鼓)로 설치하여 음양 사상 을 반영한다. 사자상승(師資相承)의 밀교적 전법을 행하고 있는 티벳에는 대형 종각이 없고, 초기승단의 전통과 본질에만 충실하고자 하는 미얀마승단의 법구타주는 공양이 나 법회를 알리는 신호 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국의 사물타주는 동북아시아적 우주관과 한국인이 지닌 미적 감각이 융합된 상징 체계를 지니고 있다. 64HZ 정도의 진동수를 지닌 한국의 범종은 인간의 맥박 수와 근접하다. 이러한 맥놀이 파형은 내면을 성찰하여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불교 사상과 잘 부합한다. 한편 미얀마의 웅마웅(나무통)은 땅을 파서 소리가 울리도록 한 것과 치는 방식이 한국의 범종과 유사하다. 한국의 범종이 초기불교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미얀마의 웅마웅과 일치하는 점은 이 방면의 새로운 과제를 안겨준다. 한국의 범종각에 설치된 운판과 목어는 중국, 대만, 미얀마의 공양 간 앞에 걸려있 다. 불교문화권 그 어디를 가도 찾아볼 수 없는 사물타주는 폐불과 일제 강점기 그리 고 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생겨난 의외의 산물이다. 운판은 무기를 만들기 위해 쇠붙이 를 공출하던 일제를 피해 공양간에서 자취를 감추었으며, 난리통에 각각 존치될 여건 이 되지 못하자 하나의 종각에 4가지 법구를 모았을 가능성이 높다. 난관을 극복하던 과정에서 사물타주의례가 생겨난 것은 예로부터 악가무에 능했던 한민족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한편 동물이나 기타 여러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타주한다는 불전의식에 대해서는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각각의 사물 음향이 실제로 그 대상을 구제한다는 것은 인간에 의한 작위적인 생각일 뿐이라는 점과 사물의 진동은 유정무정의 모든 존재에 게 파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도 있다. 아무튼 사물타주에 대한 의미 부여와 실제 현상은 구분해서 생각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