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학의 새로운 사명-교양교육에서의 기호학의 역할

논문지 기호학연구 43집 조회수 1571
저자 박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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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은 아직도 그 성격이 규정이 되지 않은 채로 진행되는 학문으로 보인다. 기호
학의 태동기부터 진행된 일련의 논의는 그 외연이 넓어지기만 할 뿐 학문의 대상, 방
법론, 목표는 정계(定界)에서 더 멀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기호학은 하나의 독립된 학문
이 아니라 학제적, 학문, 나아가 초학제적 학문 혹은 관점으로 이해된다. 의미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현상학, 수사학, 해석학은 물론, 매체의 변화에 따르는 오늘날의 모든
인식론적 모델이 넓은 의미에서 기호학의 구성요소로 참여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에
대두되는 ‘교육기호학’은 기호학 연구의 발전과정에서 필연적인 수순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고등교육의 환경은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급변하는 사회적 요구와
입학 자원 고갈은 가장 먼저 인문학과 같은 기초학문에 치명타를 남긴다. 그동안 무분
별하게 팽창해왔던 대학은 구조조정이란 급류에 휘말리는 중이다. 이 위기의 시대에
교양교육은 다시 정립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곧 융ㆍ복합과 인성을 화두로 삼는다.
이 두 덕목은 앞으로 교육과정만이 아닌, 대학의 편제, 즉 하드웨어를 다시 규정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기호학은 오늘날 대학교육의 위기를 제대로 된 고등교육의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하나의 타개책이 될 수 있다. ‘융ㆍ복합’과 ‘가로지르기’라는 방법론은

기호학의 전매특허인 것이다. 교양교육, 나아가 학부과정의 교육과정은 기호학적 관점의

도입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 글은 그러한 관점을 교양교육의 장에서 실현한 사례

두 가지를 제시하면서, 이제 기호학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과정과 교육철학의

메카로서 새로이 태어나자는 제안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