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통 바슐라르와 상상력의 치유학

인류학자인 뒤랑은 현대의 문명을 기술적 매개를 통해 다양한 이미지들을 제공하며
창조적인 상상력을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상상력에는 위협적인 것으로 진단한
다. 그 배경에는 참된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합리적 능력에 비해 상상력은 부차적인
능력으로 취급해온 전통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이런 합리적 능력을 중시하는 전통 속
에서 현대인은 자연을 효율적 결과를 산출해야 하는 대상으로 간주하고 더 나아가 타
인은 물론 자신까지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는 방식에 익숙해졌다. 이러한 물화와 소
외라는 인간성의 위협에서 바슐라르의 상상력 이론은 이미지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
고 변형시키는 상상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대안적 사유의 가치를 갖는다.
바슐라르의 상상력의 전기 연구라 할 수 있는 상상력의 4원소는 각각 상반된 극에
서 나타나는 상호보완을 통해 인간의 운명과 행복을 묘사한다. 불은 객관적 인식을 꿈
꾸는 정신의 정화와 주관적 정서를 일깨우는 아늑함을, 물은 이상을 좇는 표면적 삶과
심연으로 가라앉는 죽음의 운명을 나타낸다. 공기는 현실을 벗어나는 실존의 비상과

 언제든 추락할 수 있다는 공포를, 대지는 단단한 대지를 복종시키려는 의지와 내부 속
으로 스며들어 생명력을 회복하는 휴식의 행복을 자극한다.
이처럼 4원소는 인간의 삶 전체와 행복을 관통하는 요소이며, 이를 통해 4원소를
포괄하는 총체적 상상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바슐라르는 바로 이것이 인간에게 자신
의 실존적 삶을 고지하는 동시에 인간이 새롭게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삶을 창조
하게 하는 상상력이라 말한다. 창조적 상상력은 상상하는 인간의 존재를 전환하는 역
량이다. 이러한 상상력의 역량을 일깨우는 것은 현대 문명의 현안인 인간성의 훼손을
치유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특히 최근 한국에서 ‘인문적 치유’와 ‘힐링’, ‘철학
상담’ 등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본고에서 우리는 바슐라르의 상
상력 이론이 갖고 있는 치유적 가치와 역할에 대한 밑그림을 제시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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