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현대시에 나타난 정치적 무의식과 기호적 주체 연구 -서정주와 김춘수의 경우

  • 전후 현대시의 특질은 ‘상실과 회복’이라는 두 기의(記意) 속에 양적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전후 현대시에 나타난 이질적 양태는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전후 현대시가 반복적으로 재현하는 기표(記標)는 주체의 분열과 공포, 유토피아적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궁극적으로 무의식의 구조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전쟁의 외상적 기표들이 무슨 의미인가를 찾기보다는 어떻게 의미가 생성되는지 기호학적 실천을 요구한다. 이에 본고는 텍스트의 형식 분석과 더불어 시적 주체와 독자가 공유하는 동시대적 문제를 조명하였다. 더불어 개인사, 가족 구조, 사회 문화적 상징질서, 정치적 무의식, 개인적 무의식 등을 동시에 탐구하였다. 전후의 주체는 ‘욕망하는 주체’이다. 그리고 ‘잃어버린 대상(objet a)’을 찾아 끝없는 미로를 헤매는 운명으로 환상구조(環狀構造)를 이룬다. 이때 잃어버린 대상은 무의식속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므로 의미가 대치되는 현상을 추적하면 드러나게 된다. 전후 이데올로기는 주체에게 가해지는 공포로서 ‘증상적 기호’라 할 수 있다. 첫번째 의미화 과정은 기표 ‘식민주의’와 기표 ‘전쟁’이 은유적 대치과정을 통해 나타나고, 두 번째 의미화 과정은 기표 ‘전쟁’과 기표 ‘전후 이데올로기’와의 환유적 치환 과정을 통해 나타난다. 서정주의 ‘소리공포’와 김춘수의 ‘환지공포’라는 증상적 기호는 전후 현대시에 전제될 수밖에 없는 주체 상실의 두 가지 기표, 즉 ‘식민주의’ 기표와 ‘전쟁’의 기표가 의미화 과정을 거쳐 나타난다. 그러므로 주체가 겪고 있는 ‘소리공포’의 증상적 기호는 식민주의와 전쟁 경험이 만들어낸 사후적 병적 징후라 할 수 있다. 전후 서정주와 김춘수의 시에 자리하고 있는 ‘가족주의’, ‘자유주의’는 식민지 시대 혼종화된 주체와 해체된 주체의 무의식을 환상구조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당대에 스스로를 희생의 중심에 놓고 과거의 행적을 기만하려 했던 사회적 이념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전후 현대시의 상실과 회복의 기의는 가족주의와 자유주의 담론에 함몰된 비역사적 무의식의 담론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