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이주 소설의 기호학적 분석 -결혼이주여성 인물과 공간을 중심으로

본고는 최근 한국소설에서 결혼이민 현상을 다룬 작품의 결말이 일관적으로 비극적
이며, 이주 여성이 철저한 희생자로서 재현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대다수의 여성
이주 서사가 같은 결말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보고자 하였다. 그를
위해 인물의 행위, 공간적 자질, 의미 구조의 점검이 가능한 서사기호학과 공간기호학
을 방법론으로 도입하였다.
서사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이주 소설을 점검해본 결과, 한국인 남자도 결혼이주여성
도 일단 결혼을 이루지만, 그 결혼이 지속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결혼에 대한 의지만 동일하게 나타날 뿐, 남성과 여성 주체가 추구하는 결혼의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자본이 가능하게 한 국제결혼시스템이 발신자에 위치한 이상
그에 가담한 신랑, 신부 누구든 희생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여성 이주 서사는 공통적으로 내-공간의 부정성이 인물을 외-공간으로 이동시키는
기본 구조를 갖는다. 우선 고향의 한계 상황이 한국에 대한 긍정적 환상을 만들어내어
국경을 넘는 여성의 이주가 발생한다. 다음으로는 결혼이민이라는 공통점에 의해

여성은 집 공간에 위치하게 되는데, 집이라는 공간은 여성을 구속하는 부정적 자질을
가짐으로써 여성을 탈주시킨다. 이때 외부에 위치할 때는 긍정적 자질을 가졌던
한국이 인물 이동 이후 내부에 위치하자 부정적 의미로 변모함을 발견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여성 이주 소설이 갖는 의미망을 민족적 동위소, 계급적 동위소, 성적
동위소를 기준으로 배치해본 결과, 소설이 전달하는 공통적 의미 작용이 다음과
같이 드러났다. 외국인 신부는 한국인으로 온전히 소속되지 못하는 비-국민이자,
정주민으로 정착하지 못한 이방인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인력수입국으로서 북반구인
과 인력수출국으로서 남반구인의 대립 하에서 가난한 남반구 출신의 결혼이주민들은
하위계급으로 전락하고 만다. 또한 결혼이민은 여성의 이주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성별 차이를 가지며, 경제적 표지를 수반한 성적 구별은 가정 내에서 이주 여성의
종속적 지위를 강화한다. 이와 같이 최근 결혼이민을 다루는 소설들은 전 지구적으로
가장 소외된 채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이주민의 처지를 반복적으로 재현함으로
써 윤리적 입장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