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혼인’ 설화의 해석적 코드

논문지 기호학 연구 40집 조회수 1534
저자 류정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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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는 서로 다른 맥락에서 서로 다르게 사용된다. 어떤 텍스트도 그것의 효과가
무엇이 될 것이지, 텍스트 자체로 보증하기는 어렵다. 특정 텍스트가 어떻게 해석되고,
사용되고, 기능하는가는 모두 텍스트와 세계의 의미를 구하고자 하는, 독자의 끊임없
는 투쟁의 산물이다. 본고는 인도와 한국의 ‘두더지 혼인’ 설화를 대상으로, 같은
유형의 텍스트를 서로 다르게 의미화 하도록 이끄는 해석적 틀과 해석적 코드를
고려하면서 비교문학적 연구를 진행한다.
<소녀로 변신한 쥐>는 외곽 이야기의 의도와 본 이야기의 의미가 일치하면서
메시지가 강화된다. 나아가 왕자를 교육한다는 최종 이야기 역시 메시지의 강화에
한 몫 한다. 그 결과 “본성이 개성보다 강하다.”라는 메시지는 문화 내에서 혼인,
정치, 외교 등 다양한 층위로 전이되면서 확장될 수 있다. <소녀로 변신한 쥐>와
이것이 적용되는 다양한 층위의 관계를 본고에서는 ‘확산’이라는 해석적 코드로
명명하였다. <두더지 혼인>의 해석적 틀인 논평은 이야기 기호 가운데 몇 가지에
초점을 두어 기의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세속의 “두더지 혼인”이라는

현상을 강조하거나, 분에 맞지 않는 혼인을 비판하는 것이다. 논평에서 양산되는
의미는 “분수”라는 사회적 층위와 “자족”이라는 개인적 층위로 대별될 수 있다.
이는 분명하게 제시되기보다는 암시되거나 추론된다. <두더지 혼인>의 해석은 이야기
의 대한 또 다른 해석 가능성을 열어 놓는 해석적 틀의 존재로 인해 더욱 다양하게
양산될 수 있다. 그것은 해석적 틀을 거치거나 빠져나가면서, 사회적 층위와 개인적
층위 사이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본고에서는 <두더지 혼인>의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진동”이라는 해석적 약호로 명명하였다.
<소녀로 변신한 쥐>가 확산을 통해 고정된 메시지를 수평적으로 확대하는 데
비해 <두더지 혼인>은 진동을 통해 혼인의 다양한 의미를 깊이 있게 양산한다.
이상을 통해 본고는 비교문학적 연구는 개별 텍스트의 의미를 비교하는 데에서
나아가 차별적 의미를 양산하게 만드는 해석적 틀과 해석적 코드에 대한 연구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