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전설의 거리 - 최치원 탄생담과 가능세계를 중심으로

논문지 기호학연구 81집 조회수 3171
저자 신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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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설의 거리 - 최치원 탄생담과 가능세계를 중심으로

신호림

본고에서는 최치원 전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최치원이 재현되는 양상을 파악하고 그 의미를 탐색하는 가운데 전설과 역사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고자 했다. 최치원은 탄생담에서부터 신적 존재인 금돼지의 후손으로 설정되지만, 오히려 그런 신이한 핏줄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최치원이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형상 또는 변칙범주적인 성격은 최치원 탄생담에 나타난 지하국대적퇴치설화와 야래자 설화 화소의 결합에서부터 비롯된다. 이는 지혜 대결담에서도 유사하게 그려지면서 최치원이 가족공동체에서도, 신라에서도, 당나라에서도 진정한 내부자가 될 수 없었음을 강조한다.
최치원 전설은 역사적 사실과 전혀 다르게 최치원을 재현하지만, 이방인으로서의 형상은 역사와 거의 동일하게 만들어낸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전설과 역사의 관계를 재론하게 만든다. 최치원 전설은 전설과 역사가 이분법적으로 대립되기보다 현실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가능세계 중 하나임을 알려준다. 최치원이라는 인물을 둘러싸고 가능세계의 잠재적 가능성이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되느냐에 따라 전설이 될 수도, 역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전설과 역사 모두 특정한 역사 인물을 이해하는 통로이며, 둘 사이에는 긴장과 모순, 전복의 관계뿐 아니라 서로 포개질 수 있는 가능성과 관계성을 지님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