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곶감>에 나타난 ‘아이의 울음’의 기호 작용 -청각 기호의 성격과 수신자별 해석을 중심으로

논문지 기호학연구 82집 조회수 14
저자 이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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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와 곶감>에 나타난 ‘아이의 울음’의 기호 작용
-청각 기호의 성격과 수신자별 해석을 중심으로

이효순

본 논의는 <호랑이와 곶감>을 ‘아이의 울음’이라는 청각 기호를 중심으로 새롭게 읽고자 한 시도이다. <호랑이와 곶감>은 그간 곶감을 무서워하는 호랑이의 모습에 주 목하여 희화화된 호랑이의 의미를 밝히는 데 집중하면서, 이야기 전개의 중요한 계기 인 ‘아이의 울음’은 배경적인 사건으로 언급되었다. 이에 본 논의는 ‘아이의 울음’이 청각 기호로서 어떻게 기능하며 수신자별로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분석하였다. <호랑이와 곶감> 속 아이의 울음은 ‘울음소리’라는 기표는 존재하지만 우는 이유 (또는 울음을 그치는 이유)라는 일종의 기의가 텍스트에 제시되지 않는, 공집합[∅]적 인 청각 기호의 하나이다. 이 공집합은 수신자 각각의 사회문화적 경험에 따라 자유롭 게 채워지는 열린 의미의 공간이다. ‘아이의 울음’은 의도된 수신자인 어머니와 비의 도적 수신자인 호랑이에게 각각 전달되며, 두 수신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 기호를 불완전하게 해석한다. 어머니는 해석 의지를 갖추고 있으나 기호를 해석하지 못한다. 반면 호랑이는 ‘공포’라는 단일한 원소로 공집합을 채워 넣으면서 기호를 해석하지만,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오독을 보여 준다. 텍스트 밖의 청자 또한 호랑이의 시점에 의해 제한된 정보를 받으며 아이의 울음을 제각기 달리 해석하게 된다. 이처럼 아이의 울음이 어떤 수신자에 의해서도 온전히 해독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호랑이와 곶감>을 구성하는 대립 관계의 기준이 ‘힘의 논리’가 아닌 ‘기호 해석의 가 능성’에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호랑이와 곶감>은 결국 기준조차 인간의 절대적인 우위를 보장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어떤 수신자도 아이의 울음을 온전하게 해독하지 못하는 것은 해석의 실패가 아니라 기호의 열린 속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호랑 이와 곶감>은 기호란 완전히 해독될 수 없다는 기호의 본질적인 해석 불가능성, 그리 고 인간과 동물, 어른과 아이가 불완전한 해석 사이에서 관계 맺고 있음을 보여 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