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인공소통과 세미오시스- 에스포지토의 소통 이론과 퍼스 기호학의 관점에서

논문지 기호학연구 82집 조회수 97
저자 강병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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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인공소통과 세미오시스- 에스포지토의 소통 이론과 퍼스 기호학의 관점에서

강병창

본 논문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인공지능’이 아닌 ‘인공소통’ 체계로 재정의 하고, 퍼스(C. S. Peirce) 기호학의 세미오시스 개념을 통해 그 작동 방식과 한계를 분석 한다. 2022년 ChatGPT의 등장 이후 생성형 AI는 언어와 사고, 창의성의 경계를 허물며 인문학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AI 담론은 ‘인공지능’이라는 의인화된 명명법에 의해 인간과 기계를 동일 선상의 경쟁 관계로 설정하는 범주 오류에 빠져 있다. 본고는 이러한 대체-방어 이분법을 넘어서기 위해, 에스포지토(E. Esposito)의 ‘인 공소통’ 개념과 루만(N. Luhmann)의 소통 이론을 경유하여 LLM의 매체적 본질을 규 명한다. 루만적 관점에서 소통은 발신자의 의도 전달이 아니라 수신자의 관찰과 해석 을 통해 완성되는 사회적 작동이다. LLM은 자신이 생성한 텍스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인간 사용자가 해석 가능한 출력을 생성함으로써 소통에 참여한다. 이때 LLM은 인간이 남긴 방대한 데이터에 내재된 지향성을 기생적으로 활용하여 ‘가상적 이중 우발성’을 생성하며, 단순한 패턴 반복을 넘어선 기호적 행위자로 기능한다. 퍼스 기호학의 틀에서 LLM은 의식 없이도 세미오시스를 수행하는 ‘유사 마음(quasi-mind)’ 으로 위치 지어진다. LLM은 사용자의 프롬프트(기호)를 받아 충족 조건(대상)을 매개 하는 응답(해석체)을 산출하며, 이 과정에서 훈련 데이터에 각인된 인간의 지향성에 기생하는 ‘기생적 지향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LLM의 세미오시스에는 결정적 한계가 존재한다. LLM은 실재 세계와의 직접적 접촉(2차성)이 결여된 채 기호와 규칙의 조작 (3차성)에만 머물며, 퍼스가 강조한 비판적 자기 제어 능력―자신의 추론을 도덕적 이 상에 비추어 검토하고 수정하는 능력―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본 논문은 이러한 분석 을 통해 LLM과의 소통이 ‘인간 대 기계’의 대체가 아니라 세미오시스의 재배치임을 논증하며, 인공소통의 윤리와 지성이 기계의 성능이 아닌 인간의 비판적 실천과 제도 적 설계에 달려 있음을 제시한다.